후집(後集)76장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이것을 안다면 발을 헛디딜 근심은 면할 수 있고 가히 그로써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으리라.<원문原文>伏久者(복구자)는 飛必高(비필고)하고 開先者(개선자)는 謝獨早(사독조)하나니 知此(지차)면 可以免蹭蹬..
후집(後集)75장연시상(詩想)은 패릉교(灞陵橋)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메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浩然)해 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鏡湖) 기슭에 있으니 홀로 겉노라면 산천이 서로를 비추네.<원문原文>詩思(시사)는 在灞陵橋上(재패릉교상)이니 微吟就(미음취)하면 林岫(임수)가 便已浩然(변이..
후집(後集)74장 가슴 속에 반 점의 물욕도 없으면 이미 집착은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 햇빛에 녹는 것과 같으리라. 눈 앞에 스스로 한 조각 밝은 빛이 있으면 언제나 달이 푸른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가 물 속에 있음을 보게 되리라.<원문原文>胸中(흉중)에 旣無半點物欲(기무반점물욕)이면 已如雪消..
후집(後集)73장 물욕에 얽매이면 우리 인생이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에 자적하면 우리 인생이 즑운 것임을 깨닫게 되리니, 그 애달픔을 알면 곧 속세의 욕심이 당장 깨어지고 그 즐거움을 알면 곧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도달하리로다.<원문原文>覊銷於物欲(기쇄어물욕)이면 覺吾生之可哀(..
후집(後集)72장 권세가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범처럼 싸우나 냉정한 눈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마치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비(是非)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득실(得失)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나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맞는다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
후집(後集)71장 겨우 뗏목에 오르자마자 곧 뗏목을 버릴 생각을 한다면 그는 무사도인(無事道人)일지나 만약 나귀를 타고도 또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한 선사(禪師)가 되리라. <원문原文>纔就筏(재취벌)하여 便思舍筏(변사사벌)하면 方是無事道人(방시무사도인)이나 若騎驢(약기려)..
후집(後集)70장 영욕(榮辱)에 놀라지 않으며 한가로이 뜰 앞에 꽃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무심히 하늘 밖에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맑은 하늘 밝은 달에 어느 하늘엔들 날아오르지 못하겠는가마는 부나비는 홀로 밤 촛불에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에 어느 물건인..
후집(後集)69장여우는 무너진 돌계단에서 잠자고 토끼는 황폐한 누대에서 달리나니 이 모두 지난날의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로다. 이슬은 국화에 떨어져 차갑고 안개는 시든 풀 속에 어지러우니 다 옛날의 전쟁하던 마당이로다. 성하고 쇠함이 늘 같으며 강하고 약함은 어디에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싸..
후집(後集)68장고기는 물을 얻어 헤엄치지만 물을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안다면 외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하늘의 작용을 즐길 수 있으리라. <원문原文>魚得水逝(어득수서)로되 而相忘乎水(이상망호수)하고 鳥乘風飛(조승풍비)로되 而不知有風(이부지유풍)하나니 識..
후집(後集)67장높은 관에 넓은 띠를 두른 선비라도 한번 가벼운 도룡이와 작은 삿갓을 쓰고 표현이 은일(隱逸)한 이를 보면 반드시 탄식을 밝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자리에 넓은 방석의 부호라도 한번 성긴 발 깨끗한 책상에 유연하고 고요한 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
후집(後集)66장마음에 풍파가 없으면 어디에 있으나 다 청산녹수이고 천성 속에 화육(和育)함이 있으면 가는 곳마다 물고기가 뛰어 오르고 솔개가 날아다님을 볼 수 있으리라.<원문原文>心地上(심지상)에 無風濤(무풍도)면 隨在(수재)에 皆靑山綠水(개청산녹수)요, 性天中(성천중)에 有化育(유화육)이면 觸處(..
후집(後集)65장눈으로 서진(西晉)의 가시밭을 보면서도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 차지인데도 오히려 황금을 아낀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쉽게 굴복시킬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가 어렵고 산골짜기는 쉽게 메울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
후집(後集)64장숲 사이 솔바람 소리, 바위돌 위 샘물 소리를 고요한 속에서 듣노라면 천지의 자연스러운 음악임을 알 수 있고 초원의 안개빛, 물 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한 가운데 보노라면 천지의 제일가는 문장임을 알 수 있도다.<원문原文>林間松韻(임간송운)과 石上泉聲(̖석상천성)을 靜裡聽來(정리..
후집(後集)63장옛 고승(高僧)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고 했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흐르는 물이 급하여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했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뜻을 가지..
후집(後集)62장이루어진 것은 반드시 무너지게 됨을 알면 이루려 하는 마음이 반드시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곧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원문原文>知成之必敗(지성지필패)면 則求成之心(즉구성지심)이 不必太堅(불필태견)하고, ..
후집(後集)61장발을 높이 걷고 창문에 기대어 청산녹수가 구름과 안개를 머금고 토하는 것을 보노라면 천지의 자재(自在)함을 알 수 있고 대나무와 수풀 우거진 곳에 새끼 친 제비와 우는 산비둘기가 시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것을 보노라면 외물과 내가 모두 잊혀짐을 알게 되리로다.<원문原文>簾櫳高敞(..
후집(後集)60장한 편에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다른 한 편에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서 서로 상대를 이루고 한 편에 좋은 광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한 편에 좋지 못한 광경이 있어서 서로 엇비기느니라. 오직 언제나 집에서 먹는 평범한 식사와 벼슬없는 생활이 하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로다.<원문原文>有一樂境界..
후집(後集)59장바쁘고 시끄러운 속에서도 한번 냉정한 눈을 지닌다면 문득 괴로운 심사를 줄일 수 있으리라. 어렵고 쓸쓸한 처지에서도 하나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참다운 취미를 얻게 되리라.<원문原文>熱鬧中(열료중)에 著一冷眼(착일랭안)이면 便省許多苦心思(변생허다고심사)요 冷落處(냉락..
후집(後集)58장인정과 세태는 삽시간에 만가지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진리라고 여기지 말라. 소옹(邵雍)에 이르기를 ‘어제 내 것이라고 하던 것도 오늘 도리어 저의 것이 되었으니 알지 못하겠구나. 오늘 내 것이 내일 또 뉘 것이 될지’라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런 관점을 지닌다면 문득 ..
후집(後集)57장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바라본다면 바쁘고 달리고 서로 다투는 마음을 없앨 수 있을 것이요 영락(零落)한 눈으로 화려함을 바라본다면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각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니라. <원문原文>自老視少(자로시소)하면 可以消奔馳角逐之心(가이소분치각축지심)이요, 自瘁視榮(자..